[너무나 아름다운 사람들...] 2월의 풍경과 글


[너무나 아름다운 사람들........]


3년 전 겨울, 태백산에서 나는 너무나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났다.

앞사람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겨울의 새벽, 눈은 쌓여 발이 푹푹 빠지고 불어오는 세찬 바람에 얼굴을 제대로 들 수 조차 없었던 태백산 어귀.

"내가 뭐 하러 이런 등산을 한다고 했을까? 지금쯤 집에 있었다면 따뜻한 방에 누워 단잠을 자고 있을 텐데."

나는 몇 발자국 떼지 않아 지쳐버렸고, 되돌아 내려가려 마음을 먹었다.

"도로 내려가서 여관방에서 한잠 자고 일행들이 모인다는 곳으로 콜택시를 타고 하면 될 거야."

이런 생각을 하며 앞서 걷고 있는 남편을 부르려 했다.

그런데 내 곁을 지나가는 부산한 사람들. 나는 그들의 모습에 발걸음을 멈추었다.

열댓 명쯤 되는 뇌성마비 아이들과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보조를 맞추어 걷고 있는 젊은이들.

멀쩡한 나도 걷기 힘든 길을 저 아이들이? 혼자서도 힘겨워하는 이 길을 저 아이들을 돌보면서 아이들 몸만한 배낭까지 메고? 나는 내려가자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다.

그들과의 여섯 시간의 산행은 내게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 있다.

입김으로 눈썹에는 고드름이 달리고 목이 마르면 먹겠다고 배낭에 넣어둔 귤이 얼어 돌덩이가 된, 그 추운 날의 태백산 등산을 난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.

나를 포기하지 않게 해준 것은 바로 그들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.

자꾸만 넘어지는 자신을 안간힘을 다해 일으키고, 이를 악물고 한 발 한 발 떼던 아이들.

넘어져 긁힌 손바닥을 후후 불며 씨익 웃던 그 아이의 눈에 고여오던 눈물. 그토록 아름다운 눈물이 어디 있으랴.

힘에 겨워 엄마 보고 싶다며 칭얼거리는 아이의 뺨을 감싸 안고, 이마에 입을 맞춰주며 용기와 격려를 아끼지 않던 젊은이들.

한 사람이 힘겨워 하는 아이를 등에 업으면, 또 한 사람은 그 사람이 메었던 배낭을 넘겨받아 양쪽 어깨에 하나씩 메고도 아이의 손을 잡고 노래까지 불러주며 걷던 그 젊은이들.

나는 그들과의 산행에서 나 아닌 다른 이를 도우면서 느끼는 기쁨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.

그리고 신체적인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결코 포기하지 않는 의지와 용기를 보았다.

나는 힘겨운 일이 있을 때마다 그들, 그 아름다운 얼굴들을 떠올리며 나를 격려한다.

그들에게 부끄럽지 않는 사람이 되자고 말이다.

그리고 남에게 작은 기쁨이라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을 하곤 한다.


*이 글은 'freedom'님께서 올려 주신 글입니다.
좋은 글 감사합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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